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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자산이 관건, 미·이란 기싸움 팽팽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흘간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를 이어가던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 양측 대표단은 현지 시간 29일 2차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에 각각 도착해 협상 재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회동은 지난 17일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가 무력 충돌로 인해 파기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카타르의 긴급 중재로 성사되었다. 양국 모두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지만, 회담 직전까지도 개최 여부를 두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이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성격을 이란의 완전한 항복을 전제로 한 비핵화 협상으로 규정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이란이 먼저 대화를 요청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30일 열릴 도하 회담의 핵심 의제는 이란의 핵무기 포기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란이 이미 비핵화 원칙에 동의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를 즉각 파견하며 실질적인 성과 도출을 독촉하고 있다. 이는 국내외의 '퍼주기 협상' 비판을 의식해 강한 협상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이란은 이번 회담이 비핵화 논의가 아닌 기존 합의 사항의 이행 점검일 뿐이라며 미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대표단 파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MOU 제11조 등 이미 약속된 사안들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지 미국과의 새로운 실무회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란은 특히 미국이 약속한 동결자산 해제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강력히 비판하며, 미국이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도 합의를 이행할 이유가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협상장에 나섰다.
양측이 마주 앉더라도 본협상의 본질인 핵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 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항과 경제적 보상 문제를 두고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주일간 발생한 상선 공격과 보복 공습으로 인해 MOU의 신뢰도가 크게 훼손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도하에서는 본협상 진입을 위한 전제 조건이었던 레바논 내 군사 대치 중단과 해상로 정상화 등 기초적인 사안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불신이 깊은 만큼, 60일이라는 짧은 본협상 기한 중 상당 부분이 이미 합의된 내용의 재확인에 소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란의 동결자산 해제 방식은 이번 회담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미국은 MOU 체결 이후 이란의 원유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유화책을 썼으나, 동결자산에 대해서는 미국산 농산물 구매로만 용처를 제한하며 이란의 반발을 샀다. 이란은 이를 주권 침해이자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자산 동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유입되는 현금이 테러 자금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자산 해제의 조건과 범위를 둘러싼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이번 도하 회담은 미·이란 관계가 안정적인 평화 체제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다시 무력 충돌의 악순환으로 회귀하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카타르의 중재로 대화의 불씨는 살려냈지만, 양측의 목표가 비핵화와 경제 제재 해제라는 극단적인 지점에 머물러 있어 합의 이행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도하에서 들려올 소식에 따라 국제 에너지 시장과 중동의 안보 지형은 또 한 번 요동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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