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심장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재환이 FA 시장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4년 전 맺었던 FA 계약서에 숨겨져 있던 '옵트아웃' 조항이 그의 발목을 잡았던 보류권을 풀어주면서, 그는 이제 두산의 선수가 아닌 자유의 몸이 되었다. 당초 김재환은 FA를 신청하지 않아 모두가 그의 두산 잔류를 점쳤다. 구단에 대한 깊은 로열티를 바탕으로 연봉 협상을 통해 팀에 남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고, 두산이 비FA 다년 계약을 추진한다는 소식에도 팬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보류 선수 명단 제출 마감 직전까지 이어진 구단의 제안을 김재환은 끝내 거절했고, 정든 유니폼을 벗고 시장에 나서는 충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규정상 그는 1년간 두산 소속으로 뛸 수 없으며, 이제 나머지 9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게 됐다.

 

김재환의 갑작스러운 시장 등판에 여러 구단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를 품을 수 있는 팀은 많지 않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삼성 라이온즈마저 좌타 거포 영입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SSG 랜더스로 쏠리고 있다. SSG행 시나리오는 여러 면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무엇보다 SSG의 홈구장인 인천 랜더스필드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통산 276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그 기간 내내 리그에서 가장 투수에게 유리한 잠실구장을 홈으로 써야 했던 김재환에게는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울 수 있는 최적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상인천중과 인천고를 졸업한 '인천 출신'이라는 점은 그의 SSG행에 상징적인 의미를 더한다.

 

SSG는 현재 홈런 타자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한 상태다. 한때 KBO 통산 홈런 신기록 보유자 최정을 필두로 '홈런 공장'이라 불렸던 막강한 타선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리빌딩 과정에 있는 팀의 현재 구성원 중에는 꾸준히 홈런을 기대할 만한 유형의 타자 자체가 기근에 가깝다. 베테랑 최정과 한유섬, 그리고 기대를 모으는 고명준, 류효승, 전의산 정도가 전부지만, 이들 중 누구도 당장 30, 40홈런을 책임져 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SSG 구단이 팀의 미래 방향성을 '장타자 육성'에 맞추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된 거포 김재환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SSG 내부에서도 김재환 영입을 두고 여러 고민이 교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걸림돌은 그의 나이와 기복 있는 기량이다. 1988년생인 김재환은 내년이면 38세의 베테랑 반열에 오른다. 2023시즌 타율 2할 2푼, 10홈런으로 최악의 부진을 겪은 뒤 작년 29홈런으로 부활했지만, 올해 다시 13홈런에 그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여전히 위압적인 타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는 분명한 부담이다. 또한 그가 합류했을 때 발생하는 '교통 정리' 문제도 간단치 않다. 지명타자 슬롯은 물론, 외국인 타자 포지션과 수비력까지 고려하면 팀 구성이 복잡해진다. 여기에 그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SSG와 이미 합의를 끝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지만, SSG가 내부적으로 영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과연 SSG는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김재환의 최종 행선지에 야구계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