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공연 '태양의 서커스'에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녹여낸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까. '태양의 서커스'의 대표작 '쿠자'의 아시아 투어를 이끄는 마스트인터내셔널의 김용관 대표가 바로 이 같은 담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쿠자' 기자간담회에서 "K-컬처를 기반으로 한 '태양의 서커스'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는 단순히 희망 사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성공적인 선례가 있기에 더욱 주목받는 제안이다. 김 대표는 멕시코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과 지원으로 탄생한 '루치아'를 그 대표적인 예로 언급했다. '루치아'는 멕시코의 문화와 신화, 자연을 환상적으로 그려내며 전 세계를 성공적으로 투어했고, 이를 통해 멕시코의 국가 이미지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김 대표는 K-컬처의 저력이라면 이와 같은 성공이 충분히 가능하며, 이는 한국의 유능한 크리에이터들이 세계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제안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태양의 서커스'와 한국 관객 사이의 특별한 교감, 그리고 무엇보다 '쿠자'가 한국에서 거둔 압도적인 성공 때문이다. '쿠자'는 지난 2018년 서울 공연 당시 무려 20만 5000명이라는 경이로운 관객을 동원하며 그 인기를 증명한 바 있다. 이는 '태양의 서커스'가 진행한 전 세계 모든 투어 공연을 통틀어 가장 흥행한 기록이기도 하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아슬아슬한 고공 외줄 타기 '하이 와이어', 시소의 반동을 이용해 하늘로 솟구치는 '티터보드', 그리고 거대한 두 개의 바퀴가 회전하며 아찔한 곡예를 펼치는 '휠 오브 데스' 등은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하며 극한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단순한 서커스를 넘어 하나의 완벽한 라이브 퍼포먼스로서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쿠자'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위험하고 화려한 기술에만 있지 않다. 제이미슨 린덴버그 예술감독은 '쿠자'의 핵심 가치로 '회복력, 강인함, 그리고 사랑'을 꼽았다. 그는 서커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연극이나 음악, 스포츠 같은 생생한 라이브 공연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깊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 관객들의 섬세한 감성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언급하며, '쿠자'가 가진 풍부한 표현 방식이 한국 관객들에게 커다란 울림과 감동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2007년 초연 이후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쿠자'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처럼 전통적인 서커스의 정신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끊임없이 재해석하며, 그 안에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과 감정적인 서사를 녹여냈기 때문이다.

 

결국 김용관 대표가 던진 'K-컬처판 태양의 서커스'라는 화두는 허황된 꿈이 아니다. 이미 '쿠자'의 흥행을 통해 한국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과 관객의 높은 수준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루치아'가 자국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성공적인 문화 외교 사례가 되었듯, 한국의 독창적인 이야기와 미학이 '태양의 서커스'라는 세계적인 플랫폼과 만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쿠자'의 성공적인 귀환을 발판 삼아, 이제는 우리의 문화를 담은 새로운 서커스가 탄생하여 전 세계를 매혹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