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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번호 3617, 백발의 초췌한 모습…'그 윤석열' 맞나, 법정 들어선 순간 모두가 경악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재구속 이후 약 석 달 만에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 심리로 열린 자신의 첫 공판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남색 정장 차림이었지만 넥타이는 매지 않았고, 왼쪽 가슴에는 '3617'이라는 숫자가 선명한 수용자 번호표가 달려 그의 현재 신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짧게 깎은 머리카락은 눈에 띄게 하얗게 세었고, 이전보다 왜소해진 체구는 그간의 수감 생활의 무게를 짐작하게 했다. 법정에 들어선 그는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피고인석에 앉았고, 잠시 방청석을 둘러보기도 했다. 재판장이 신원 확인을 위해 이름을 묻자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답했으며, 국민참여재판을 원치 않느냐는 질문에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간 내란 혐의 재판 출석을 완강히 거부해왔던 그가 직접 법정에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로, 특검의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여 이날 공판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촬영 및 녹화가 허용되며 전국에 생중계됐다.

 


한편, 이날 법정의 관심은 윤 전 대통령에게만 쏠린 것이 아니었다. 같은 날 오후, 부인 김건희 씨 역시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맞았다. 비록 윤 전 대통령의 보석 심문과 김건희 씨의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두 사람이 같은 날 각자의 형사재판으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같은 날 나란히 형사재판을 받는 전직 대통령 내외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한때 국가 최고 권력의 정점에 섰던 대통령 부부가 하루 간격으로 구속된 데 이어, 이제는 같은 날 각자의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을 오가는 처지로 전락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씁쓸함을 안겨주었다. 전직 대통령의 재판이 생중계되고, 그의 부인 역시 같은 날 다른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이 초유의 사태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한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