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식 중심의 식단을 유지할 경우 암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8만 명을 대상으로 8년에 걸쳐 추적 조사한 이번 연구는 채식주의자들이 주 1회 이상 육류를 섭취하는 사람들보다 전반적인 암 발병률이 12% 낮았다는 점을 밝혀냈다. 특히 흑색종(피부암), 갑상선암, 난소암, 췌장암, 위암, 림프종 등 이른바 ‘중간 빈도 암’의 발병 위험이 18%나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

 

채식 식단은 일부 특정 암에 대해 더욱 강력한 예방 효과를 보였다. 위암 발병률은 최대 45%까지 감소했으며, 림프종의 위험은 25% 줄었다. 최근 50세 이하 젊은 층에서 급증하고 있는 대장암 발병률도 채식 식단을 유지하는 경우 21%까지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채식이 위장과 소화기 계통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채식주의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조사했다. 첫 번째는 육류 및 동물성 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비건(vegan), 두 번째는 고기나 생선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과 계란은 섭취하는 락토-오보 베지터리언(Lacto-Ovo Vegetarian), 그리고 세 번째는 고기는 피하지만 해산물은 먹는 페스카테리언(pescatarian)이다. 이들 중 비건 그룹이 전반적인 암 발병 위험 감소율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였는데, 무려 24%에 달하는 감소율을 기록했다.

 

특히 젊은 남녀 비건 그룹에서는 전립선암과 유방암 발병 위험이 각각 43%, 31%까지 낮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우유 섭취가 이 두 암과 비교적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유제품을 섭취하지 않는 비건 식단이 암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비건 그룹의 ‘중간 빈도 암’ 발병 위험도 육류 섭취 그룹보다 23% 낮았다.

 

 

 

한편 락토-오보 베지터리언은 혈액암 위험이 낮았으며, 페스카테리언 그룹에서는 대장암 발병률이 더 적게 나타났다. 반면 신경계 암, 자궁암, 골수성 혈액암 등 일부 암종은 채식과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미국 임상영양학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실렸으며, 캘리포니아 로마린다 대학교(Loma Linda University) 과학자들이 북미 지역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 집단은 전반적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채식주의자들은 육류 섭취자에 비해 음주와 흡연을 덜 하고, 운동량도 다소 많으며 체중도 대체로 더 낮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생활습관 차이를 통계적으로 보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습관 자체가 암 발병 위험에 미친 영향이 완전히 배제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물성 식단의 직접적인 영향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대장암과 위암의 경우 소화기계가 식물성 식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보호 효과가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이는 음식의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분해산물과 장내 세균의 대사 산물이 직접적으로 접촉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공육 섭취는 위암과 대장암의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데, 감귤류 과일과 구이 또는 바비큐 방식으로 조리한 생선 및 육류, 그리고 채소의 섭취가 이러한 암에 대한 보호 효과를 더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채식 위주의 식단이 일부 암의 예방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따라서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는 것이 암 발병 위험을 낮추는 건강한 생활습관의 하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