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 거대한 조경석이 설치되면서 입주민들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아파트 재개발조합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조경석 설치 사업이 있으며, 이에 대해 입주민들의 반발과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단지는 올해 초 입주가 시작된 신축 아파트로, 최근 조경석 설치를 위한 공사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표면화됐다. 지난 23일부터 단지 내 나무와 잔디 등 기존 조경이 철거되고,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크기의 거대한 돌덩이들이 새롭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 돌에는 아파트 이름이 한자체로 새겨져 있으며, 일부는 흙이 묻은 채 마치 산에서 막 채취한 듯한 모습으로 설치돼 있다.

 

입주민들의 불만은 이 조경석 설치가 사전 고지나 동의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 집중되고 있다. 한 입주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합장과 측근들이 주민 동의도 없이 멀쩡한 나무와 잔디를 밀어내고 흉측한 돌덩이들을 들여왔다”며, “돌 하나에 6000만원이라는데, 앞으로 20개 이상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며, 총 30개에 18억원이라는 계약이 체결됐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사업이 입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이 조경석 사업은 아파트 재개발조합이 주도하고 있으며, 오는 28일 열릴 예정인 조합 대의원 회의에서 단지 내외에 총 30개 이상의 조경석을 설치하는 20억원 규모의 안건이 상정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의 이전에 이미 최소 3개의 조경석이 설치된 상태다. 이에 대해 일부 조합원은 절차적 정당성과 사업 추진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재개발조합 측은 조경석 설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측 관계자는 “조경석을 좋아하는 조합원들도 있다”며,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입주민들과 조합 간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크고, 대립은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뿐 아니라 부동산 정보 플랫폼과 SNS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앱 ‘호갱노노’에서는 해당 아파트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으며, 네이버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조경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산 정상에 온 줄 알았다”, “한자체가 너무 구식이다”, “디자인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반면 “클래식한 느낌이 멋스럽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 좋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다만 조경석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미적 취향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합의 독단적인 의사결정, 고액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의 절차적 정당성, 입주민의 재산권 침해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조합 대의원회의의 향후 논의 결과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입주 초기부터 논란이 이어질 경우, 아파트의 이미지와 주민 공동체 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지 미적 조경 문제를 넘어, 재개발조합과 입주민 간의 신뢰, 거버넌스, 그리고 투명한 운영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조합의 일방적 사업 추진이 아니라, 입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합의 과정을 통해 단지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